임꺽정을 읽다가
임꺽정을 읽다가
나는 함흥 고리백정의 손자구 양주 쇠백정의 아들일세.
내가 도둑놈이 되구 싶어 된 것은 아니지만,
참말 도둑놈들은 나라에서 녹을 먹여 기르네.
사모 쓴 도둑놈이 시골 가면 골골이 다 있구
서울 오면 조정에 득실득실 많이 있네.
소설 임꺽정 8권 화적편
임꺽정이 기생 소흥이에게
자기 신분 밝히는 대목을 읽다가
손이 따끔해서 다른 손바닥으로 내리쳤다.
좁쌀만 한 모기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.
진짜 도둑놈은 여태 살아남아서
백성의 피를 쪽쪽 빨아먹고 사는 데까지 생각하다
막 빨대를 꽂다가 비명횡사한 모기를 쳐다본다.
진짜 도둑놈을 잡아다
임꺽정처럼 치도곤을 치지는 못할망정
애꿎은 생명을 죽였으니 난감한 일이다.
그저 한가하게 책을 읽었을 뿐이고
모기는 저 살자고 한 것뿐인데
죽는 줄도 모르게 간 모기만 불쌍하게 되었다.
저 낭자한 피를 어찌할 것이냐.